2017년 2월 24일 금요일

민수기 서론

1과 민수기 서론 (해설) - 33장을 중심으로
 
레위기와 마찬가지로 민수기는 원래 첫 구절의 단어를 따서 히브리어로 베미드바르로 불렸는데 광야에서라는 뜻입니다. 히브리어로 쓰면 첫 절의 네 번째 단어라고 합니다. 이스라엘 자손이 애굽 땅에서 나온 후 둘째 해 둘째 달 첫째 날에 여호와께서 시내 광야 회막에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1:1) 히브리어 제목처럼 민수기의 대부분의 내용은, 애굽을 나온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생활하던 시대의 기록입니다. 이 내용을 조금 더 살피기 위해 지도를 참고하면서 33장을 살펴보겠습니다. 서론으로 1장이 아니라 33장을 살펴보는 이유는,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의 민수기의 후반부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이 33장에 요약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모세와 아론의 인도로 대오를 갖추어 애굽을 떠난 이스라엘 자손들의 노정은 이러하니라” (33:1)

* 그림출처 http://goodmanner.tistory.com/entry/이스라엘의-출애굽과-가나안-진입 

먼저, 이집트를 떠나서 시내 광야까지의 여정을 살펴봅시다. 333-15절입니다. “그들이 첫째 달 열다섯째 날에 라암셋을 떠났으니 곧 유월절 다음 날이라 이스라엘 자손이 애굽 모든 사람의 목전에서 큰 권능으로 나왔으니, 애굽인은 여호와께서 그들 중에 치신 그 모든 장자를 장사하는 때라 여호와께서 그들의 신들에게도 벌을 주셨더라. 이스라엘 자손이 라암셋을 떠나 숙곳에 진을 치고, 숙곳을 떠나 광야 끝 에담에 진을 치고, 에담을 떠나 바알스본 앞 비하히롯으로 돌아가서 믹돌 앞에 진을 치고, 하히롯 앞을 떠나 광야를 바라보고 바다 가운데를 지나 에담 광야로 사흘 길을 가서 마라에 진을 치고, 마라를 떠나 엘림에 이르니 엘림에는 샘물 열둘과 종려 칠십 그루가 있으므로 거기에 진을 치고, 엘림을 떠나 홍해 가에 진을 치고, 홍해 가를 떠나 신 광야에 진을 치고, 신 광야를 떠나 돕가에 진을 치고 돕가를 떠나 알루스에 진을 치고, 알루스를 떠나 르비딤에 진을 쳤는데 거기는 백성이 마실 물이 없었더라. 르비딤을 떠나 시내 광야에 진을 치고

우선, 시간과 공간에 대한 배경지식을 살핍시다. 출애굽기에서 살펴본 대로, 여기에 나오는 시간은 출애굽한 달을 첫째 달로 바꿔서 부른 성경의 달력입니다. 그리고, 여기 나온 지명이 정확하게 어느 곳인지는 아직 다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도에도 추정경로라고 붙어 있습니다. 덧붙여, 본문에서 진을 쳤다는 표현은 그곳에 잠잘 텐트를 치고 일정 기간 머물렀다는 뜻입니다.

본문은 115일로부터 시작합니다. 이 날은 첫 유월절 다음 날로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을 떠난 날입니다. 라암셋은 애굽의 북동쪽에 위치한 도시입니다. 이곳을 떠나 여러 동네를 지나 광야를 바라보고 바다 가운데를 지났다했는데 이는 홍해 바다가 갈라진 사건을 말합니다. ‘홍해를 건너 에담 광야로 사흘 길을 가서 마라에 진을 쳤다고 했는데, 지도에서 -의 여정을 말합니다. 이 여정에 3일 걸렸다고 하니 이를 통해 광야 길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서 출애굽기 공부 때 살펴보지 못했던 부분 하나만 보고 가겠습니다.

출애굽기 1522-27절에 마라에 도착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모세가 홍해에서 이스라엘을 인도하매 그들이 나와서 수르 광야로 들어가서 거기서 사흘길을 걸었으나 물을 얻지 못하고 마라에 이르렀더니 그 곳 물이 써서 마시지 못하겠으므로 그 이름을 마라라 하였더라. 백성이 모세에게 원망하여 이르되 우리가 무엇을 마실까 하매, 모세가 여호와께 부르짖었더니 여호와께서 그에게 한 나무를 가리키시니 그가 물에 던지니 물이 달게 되었더라. 거기서 여호와께서 그들을 위하여 법도와 율례를 정하시고 그들을 시험하실새 이르시되 너희가 너희 하나님 나 여호와의 말을 들어 순종하고 내가 보기에 의를 행하며 내 계명에 귀를 기울이며 내 모든 규례를 지키면 내가 애굽 사람에게 내린 모든 질병 중 하나도 너희에게 내리지 아니하리니 나는 너희를 치료하는 여호와임이라. 그들이 엘림에 이르니 거기에 물 샘 열둘과 종려나무 일흔 그루가 있는지라 거기서 그들이 그 물 곁에 장막을 치니라”. 3일간 물을 못 마시니 백성들이 모세를 원망합니다. 이 때 하나님께서 그곳의 마실 수 없는 물을 마실 수 있게끔 바꾸십니다. 그리고 그 다음 도착한 곳이 샘물 열둘과 종려 칠십 그루가 있었다고 기록된, 즉 마실 물이 넘쳐났던 엘림입니다. 이 자세한 기록은, 앞서 물이 없다고 원망하던 백성들이 한치 앞도 보지 못했다는 것을 드러내어 줌과 동시에, 하나님께서 백성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마라의 쓴 물을 단 물로 바꾸시는 것처럼) 즉시 베푸시기도 하시고 (엘림이 준비된 것처럼) 예비해 놓으시기도 하신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여정 끝에 시내 광야에 진을 칩니다. 그리고 민수기의 시작이 이 시내 광야에서부터입니다. “이스라엘 자손이 애굽 땅에서 나온 후 둘째 해 둘째 달 첫째 날에 여호와께서 시내 광야 회막에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1:1) 그런데, 날짜를 보면 2년째 21일입니다. 즉 출애굽으로부터 만 1년이 조금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 기간 동안 백성들이 시내 광야에 머무를 때에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습니다. 십계명을 비롯한 여러 가지 율법을 받았던 것도 이 때인데, 가장 최근에 있었던 큰 사건은 성막이 완성된 것입니다. “둘째 해 첫째 달 곧 그 달 초하루에 성막을 세우니라” (출애굽기 4017)

민수기의 마지막 절인 3613절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는 여리고 맞은편 요단 가 모압 평지에서 여호와께서 모세를 통하여 이스라엘 자손에게 명령하신 계명과 규례니라”. 지도의 오른편 위쪽을 보면 여리고와 모압 평지의 대략의 위치를 볼 수 있는데, 라암셋이 애굽을 나오는 도시였다면 여리고는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는 도시입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인 33장을 통해 이 때가 어느 즈음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이스라엘 자손이 애굽 땅에서 나온 지 사십 년째 오월 초하루에 제사장 아론이 여호와의 명령으로 호르 산에 올라가 거기서 죽었으니, 아론이 호르 산에서 죽던 때의 나이는 백이십삼 세였더라. 가나안 땅 남방에 살고 있는 가나안 사람 아랏 왕은 이스라엘 자손이 온다는 소식을 들었더라. 그들이 호르 산을 떠나 살모나에 진을 치고, 살모나를 떠나 부논에 진을 치고, 부논을 떠나 오봇에 진을 치고, 오봇을 떠나 모압 변경 이예아바림에 진을 치고, 이임을 떠나 디본갓에 진을 치고, 디본갓을 떠나 알몬디블라다임에 진을 치고, 알몬디블라다임을 떠나 느보 앞 아바림 산에 진을 치고, 아바림 산을 떠나 여리고 맞은편 요단 강 가 모압 평지에 진을 쳤으니, 요단 강 가 모압 평지의 진영이 벧여시못에서부터 아벨싯딤에 이르렀더라. 여리고 맞은편 요단 강 가 모압 평지에서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33:38-50). 출애굽 40년째 51일에 아론이 죽습니다. 그 뒤에 이스라엘 백성이 여러 곳을 옮겨 다니다가 모압 평지에 진을 쳤다 했으니, 적어도 출애굽 이후 40년은 지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살펴본 내용을 토대로 민수기의 무대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시간은 출애굽한지 2년째 되는 때로부터 대략 40년이 될 때까지.
- 공간은 보면 시내광야에서부터 가나안 땅 직전까지
 
이 책의 제목이 오늘날과 같이 민수기(民數記. Numbers)라 붙여진 것은 첫 그리스어 번역본 성경인 70인역에서부터 시작되었는데, 아마도 민수기의 초반부와 후반부에 인구 조사와 관련된 기사가 등장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너희는 이스라엘 자손의 모든 회중 각 남자의 수를 그들의 종족과 조상의 가문에 따라 그 명수대로 계수할지니, 이스라엘 중 이십 세 이상으로 싸움에 나갈 만한 모든 자를 너와 아론은 그 진영별로 계수하되”(1:2-3) 이스라엘 자손의 온 회중의 총수를 그들의 조상의 가문을 따라 조사하되 이스라엘 중에 이십 세 이상으로 능히 전쟁에 나갈 만한 모든 자를 계수하라 하시니” (26:2) 물론, 1장의 인구 조사는 모세와 아론이 살아있고 출애굽한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때의 이야기이며, 26장의 인구 조사는 아론은 죽었고 출애굽때 어른이었던 사람들이 거의 다 죽은 때의 이야기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구조사의 목적은 국력(세금, 국방, 교육 등등)과 관련이 있습니다. 여기서도 인구 조사의 목적이 전쟁준비를 위한 것이었음을 봅니다. 가나안 땅에 정착하려면 가는 길에, 또 그곳을 지키고 있는 이방족속과의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습니다. 특이한 것은, 전쟁의 첫 준비가 (즉 출애굽한 첫 1년 동안의 준비가) 군사를 세우고 훈련을 시키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며 하나님을 어떻게 예배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주는 십계명을 비롯한 율법들을 받고, 하나님의 임재의 상징인 성막을 세우는 것이었다는 점입니다. 이런 일들 뒤에 민수기의 첫 인구 조사(군사력 조사)가 나옵니다. 이는 하나님의 군대로서의 이스라엘의 성격을 알려주는 구조입니다. 이런 시대적, 공간적, 정황적인 배경을 염두에 두고 민수기의 주요 장면들을 함께 공부하면 좋겠습니다.
 
질의응답 >
Q: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지낼 때 가나안 사람들이 이들을 알고 겁내지 않았을까?
A: 어느 시점이냐에 따라 다르겠습니다. 조금 자세히 보자면, 일단 부정적인 쪽으로, 이렇다 할 유명한 군대를 거느리지도 않은, 한때는 노예였으며 이제는 유목민 내지는 초기 부족국가의 형태를 겨우 갖춘, 불모지(광야)를 떠돌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이 40년의 세월동안 늘 주변 경계의 대상이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긍정적인 쪽으로는, 큰 사건들, 예컨대 이스라엘 백성들이 홍해를 건넜다거나 가나안 땅에 근접했다거나 (민수기 공부를 통해 보겠습니다만) 가나안 땅 입구에서 있었던 전투 등은,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에게 알려졌다는 사실이나 알려졌으리라는 믿음이 성경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예컨대,
여러 나라가 듣고 떨며 블레셋 주민이 두려움에 잡히며, 에돔 두령들이 놀라고 모압 영웅이 떨림에 잡히며 가나안 주민이 다 낙담하나이다” (홍해 바다를 건넌 직후, 애굽 병사들이 홍해에 빠지는 것을 보며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들이 부른 노래의 일부. 출애굽 직후이니 실제로 가나안 주민을 보기 약 40년 전의 노래이므로, 믿음의 표현이거나 또는 미래에 대한 예언, 온 세상이 다 알 수 있을 정도로 놀라운 일이라는 찬사 등으로 볼 수 있음. 출애굽기 1514-15)
가나안 땅 남방에 살고 있는 가나안 사람 아랏 왕은 이스라엘 자손이 온다는 소식을 들었더라” (아론의 죽음 이후 이스라엘이 가나안 땅에 상당히 근접한 시기에 대한 기록. 시간으로도 가깝고 공간적으로도 가깝기 때문에 충분히 전해졌을 가능성이 있음. 민수기 3340)
말하되 여호와께서 이 땅을 너희에게 주신 줄을 내가 아노라 우리가 너희를 심히 두려워하고 이 땅 주민들이 다 너희 앞에서 간담이 녹나니, 이는 너희가 애굽에서 나올 때에 여호와께서 너희 앞에서 홍해 물을 마르게 하신 일과 너희가 요단 저쪽에 있는 아모리 사람의 두 왕 시혼과 옥에게 행한 일 곧 그들을 전멸시킨 일을 우리가 들었음이니라” (여리고에 잠입한 정탐꾼에게 그 땅에 사는 라합이 말한 내용의 일부. 아모리 사람의 두 왕의 이야기는 가까운 때와 장소의 이야기지만, 홍해를 마르게 하신 일은 적어도 40년 전의 이야기다. 인터넷은 커녕 우체국도 없던 시대에 언제쯤 어떤 경로로 이곳까지 이 사실이 전해졌을지는 모르지만, 출애굽기 15장의 모세의 노래가 그대로 성취되었음을 알 수 있다. 여호수아 2: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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